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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사 연구방법론_윤택림 함한희_2006_아르케

by jemandniemand 2021. 4. 1.

목차

 

서문

제1장 왜 구술사인가

제2장 구술사 연구 현황
서양의 구술사 연구 | 아시아의 구술사 연구 | 한국의 구술사 연구

제3장 구술사란
구술사 개념 정의 | 구술 자료의 성격 | 구술 자료의 종류 | 구술사의 이론적 쟁점들

제4장 구술사와 기억 연구
서구 기억 연구 | 구술사와 기억 | 한국에서 기억 연구 | 기억 이론들 | 역사와 기억과의 관계

제5장 구술사 인터뷰
구술사 연구의 단계 | 연구주제와 구술자 선정 | 현지조사와 라포 형성 | 구술사 연구자의 역할 | 인터뷰 준비 | 인터뷰하기 | 인터뷰 정리

제6장 구술 생애사
구술 생애사란 | 구술 생애사 연구를 왜 하는가 | 구술 생애사 연구의 장애물들 | 구술 생애사 연구를 어떻게 하는가

제7장 구술 자료의 정리, 해석, 텍스트화
인터뷰 자료의 정리와 녹취 | 구술 자료의 사료 검증 | 구술 자료의 해석 | 구술 자료의 텍스트화 | 구술 자료로 학문적 글쓰기

제8장 구술사와 연구 윤리
미국의 기관연구윤리심의위원회와 구술사 연구 | 기관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감독에서 면제된 구술사연구 | 구술사 연구 단계별 윤리적 쟁점들 | 구술 자료에 대한 법적인 문제들

제9장 구술 아카이브
아카이브(archives)란? | 구술 아카이브 | 구술 자료의 관리 | 디지털 아카이브 | 구술 아카이브의 활용

제10장 공동체 아카이브
공동체 아카이브란? | 공동체 아카이브의 유형 | 공동체 아카이브의 한국 사례 | 공동체 아카이브 구축 | 공동체 아카이브의 활용

제11장 구술사 연구의 지평
여성 구술사 | 구술사를 통한 지방사 | 역사적 상흔과 치유 | 구술사 교육

부록 1 구술 자료의 이용 등에 관한 동의서
부록 2 미국 구술사 학회의 원칙과 기준들
부록 3 존 뉴엔쉬웬더, Oral History and the Law(1993)의 공개 동의서 예시
부록 4 한국구술사학회 연구 윤리
부록 5 한국구술사네트워크 윤리 원칙
부록 6 한국구술사네트워크 회원 명단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독일의 과학적 역사를 주창하는 랑케는 문헌만을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로 보고, 다른 덜 객관적인 자료들을 배제시키면서 문헌 중심의 역사 연구를 발젼시켰다. 

서구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의 근대 역사학도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독일의 랑케 사학의 영향하에 발전하여 왔다. 

그러나 1980년대를 거치면서 역사학계의 소장학자들이 사회경제사의 전통을 부활시키면서 민중이라는 개념에 기반을 두는 민중사학을 주창하게 되었다. 민중사학은 기존의 역사를 지배계급의 입장에서 쓴 것이라고 비판하고 한국사를 민중의 시각에서 재조명할 것을 요구했다. 

 

1990년대부터 ... 종래의 역사학이 서구의 모더니즘에 기반을 뒀을 뿐만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한 민중사도 서구의 근대적 구도 안에 있다는 것이 명백해지면서 탈근대, 탈식민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기 시작했다. 또한, 서양의 미시사, 신문화사, 일상생활사가 소개되면서 한국사회사학계에서는 기존의 구조나 사건사 중심에서 벗어나 식민지 근대성에 관련된 다양한 연구 주제들이 개발되고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구술사의 양적인 성장이 반드시 질적인 발전을 동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구술사 연구는 구술 채록을 모아서 출판하는 구술 증언 자료집과 학술논문 및 단행본 출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구술 채록은 각 연구팀과 기관에서 임의적으로 수행하고 있어서 사료로서의 가치가 작다고 볼 수 있다. 민중생활사연구단은 구술아카이브 작업의 효시를이루었고 타기관들이 이를 참고하였다. 그러나 기관마다 구술 채록의 기준이 다르고 아카이브화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모든 연구자에게 접근 가능하고 사료로서 사용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터클(Studs Terkel)은 미국의 1세대 구술사가들과 그다음 세대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의 <어려운 시기>(1970)는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구술 증언에 기초한 것으로 1960년대의 신좌파적 경향에 한 모델이 되었다. 

그레일(Grele)의 <소리봉투들>(1975)은 구술사가들로 하여금 민속학, 인류학과 같은 현지조사와 인터뷰를 요하는 학문에 눈을 돌리게 도와주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구술사 연구의 방향에 큰 영향을 준 것이 사회사와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지향하는 톰슨(Thompson)의 <과거의 목소리>(1978)

1980년대에는 여성사와 같은 새로운 분야로 확대되었다. 

 

영국에서 초기 구술사가들은 미국과 달리 소위 평범한 노동자의 경험을 기록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구술사는 사회학과 역사학에 중요한 연결점을 제공했다. 그래서 노동사에 대한 관심은 사회학과 역사학의 협동 연구를 장려하여 1960년대 여러 대학에서 구술 자료를 사용하는 역사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구술사는 지방사에도 적용되어 마을과 도시에서 지역에 기초한 많은 프로젝트가 나타났다. 공식 역사학에서 구술사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구술사는 지역사회 연구에 커다란 이바지를 했다. 구술사를 통한 지역사회 연구는 사회복지 분야, 학교, 노동자들의 생애사, 미디어, 연극 등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구술사는 노동사에도 영향을 주었다. 옥스퍼드 러스킨 대학(Ruskin College)에서 노동자 계급의 노동사와 사회사 연구로부터 시작된 역사 작업소는 그 관심의 폭을 넓히면서 1970년대 들어 구술사를 가족사와 여성사 분야로 확대시켰다. 

 

1990년대 영국의 구술사 연구는 계속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이 시기에는 두 가지 점이 강조되었다. 첫째는 사회과학 연구지원자들 사이에 주요한 인터뷰들은 미래의 연구자들을 위하여 아카이브즈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하였고, 둘째는 자서전적인 기억의 형태에 대한 학제간의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서유럽 나라 중에서도 독일의 구술사 연구는 매우 늦게 시작되었다. 그 이유는 첫째 나치즘으로 말미암아서 좌파의 전통이 파괴되었으며, 민중은 나치즘과 연루된 믿을 수 없는 대중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말 미국, 영국, 스웨덴으로부터 구술사가 소개되자, 독일에서 구술사는 빠르게 전파되었다. 구술사는 관점의 전환과 현대사의 방법론적인 보수주의에 관한 불편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공했다. 그래서 구술사는 유명 정치인 중심의 독일 여사학에 소위 "힘없는 사람들"(little people) 즉 비조직화된 노동자들, 하녀, 프티 부르주아지, 농민, 실업 여성과 소수 민족의 목소리를 드러나게 하여 역사의 지평을 넓혔다. 

1970년 중반에 독일에서 대중적 영향을 크게 미친 구술사 관련 작업은 학생들의 경연(Deutsche Geschichte) 이었다. 이것은 공립학교 학생들이 독일의 민주적이고 숨겨진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고문서 조사와 당대의 증언들을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생애사 인터뷰를 주요한 연구방법으로 채택한 지방사 연구들이 나타났다. 루즈 니트함머(Lutz Niethammer)가 이끄는 루르(Ruhr) 노동자계급에 대한 사회사적 연구인데, 이것은 지역 연구와 생애사 연구의 중간 형태로 시작되었다. 또한 구술사 연구는 아동기, 청년기, 교육, 여성에 대한 연구로 확산되었다. 개인의 아동기와 청년기의 경험에 대한 일반적인 기억 외에도 구술사 연구들은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 이후 청년들의 저항, 청년문화와 조직과 좌파 교육기관들을 다루었다. 여성 연구에는 성별 영역과 그에 대한 시각들, 몸의 경험과 섹슈얼리티가 주요한 주제들이었다. 

 

프랑스에서 구술사의 발전은 1979년 '고문서'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진 것과 관계가 있다. 1982년부터 프랑스 기록학회에서 구술아카이브즈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다. 전기에 대한 관심과 함께 1980년대 중반부터 비엘리트 계층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개인을 회복시키려는 경험적이고 방법론적인 노력이 있었다. 개인에 대한 관심은 가족 연구로 확장되었는데, 가족 형태의 변화 연구를 넘어서 두 가지 방향으로 연구가 진전되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구술사가인 톰슨은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과거의 목소리>에서 명확하게 구술사란 무엇인가를 말하지는 않지만, 구술사가 피지배층의 구술 자료를 통해서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쓰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개념은 영국의 사회사적 전통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구술의 기록과 수집보다는 구술사의 정치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탈리아 구술사가인 폴텔리는 "구술사는 특정한 형태의 담론, 즉 구술을 표현의 매개로 하는 과거에 대한 서술"이라고 본다. 

 

구술 자료의 성격

구술은 매우 상황적이고 연행적(performative)인 성격이기 때문에, 구술은 누구에게, 언제, 무엇 때문에, 어디에서 되고 있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구술성의 포착은 구술자의 언어 자체와 언어 행위가 이루어지는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 된다. 

 

다른 자료들은 비교할 수 없게 구술 자료가 역사가들에게 떠맡기는  유일하고 소중한 요소는 구술자의 주관성(subjectivity)이다. 

구술은 과거에 대한 부분적 진실을 담고 있음에도 거기에는 과거의 사실만이 아니라 그것을 구체적인 인간이 "어떻게" 그리고 "왜" 그렇게 경험, 인식했는가도 담겨 있다. 구술사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인식을 적극적으로 담아냄으로써 그 강점을 발휘할 수 있기에, 구술은 주관적일수록 가치가 있다는 역설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주관성은 더 가시적인 '사실들'만큼이나 역사의 일이다. 제보자들이 믿는 것은 정말 일어난 것만큼이나 정말로 역사적 사실, 즉 그들이 그것을 믿는다는 사실이다"

 

구술자료의 서술성(narrativity)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