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초판 서문―저항과 체념의 모순을 탐색하는 여정
4판 서문―늙어감, 그 지속의 현상
살아 있음과 덧없이 흐르는 시간
속절없이 흘러버린 세월
시간, 그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허무
측량할 길 없는 시간의 상대성
우리는 늙어가며 시간을 발견한다
시간의 무게와 죽음
다시는 오지 않으리
시간 속에서 나는 홀로 있다
낯설어 보이는 자기 자신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닌 나
노화, 세계의 상실 또는 감옥이 된 몸
나는 누구이며, 내가 아닌 나는 또 누구인가
낮과 밤이 여명 속에서 맞물리듯이
타인의 시선
사회적 연령, 타인의 시선으로 정의되는 나
소유냐 존재냐
저항과 체념의 모순에 직면하기
더는 알 수 없는 세상
세상으로부터의 소외
문화적 노화
세상 이해의 불가능성과 가능성, 그 모순에 저항하기
죽어가며 살아가기
죽어감조차 평등하지 않다
죽음의 기이한 불가사의
죽음의 부조리,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보다 죽어간다는 게 두렵다
죽음과의 타협
위로가 아닌 진실을
옮긴이의 말―존엄으로 빛나는 삶을 원한다면
찾아보기
그가 자신의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어제까지 시도해왔고 포기한 일의 총량일 쭌이다. 이제 앞으로 남은 세월 역시 결정하고 만다. 결국 그의 여생은 헛되이 보낸 세월과 똑같은 모습의 지루한 반복이 될 뿐이다.
물론 죽음이 비로소 마침표를 찍어주며, 어떤 인생의 종말이 그 시초와 모든 중간단계의 진리를 밝혀준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연기는 그 연기를 완전히 소화하기까지는 절대 연기된 게 아니다. 넘어져 쓰러졌는가 싶더니 다시 툴툴 털고 일어서며, 길이 막혀 돌아가는가 싶더니 돌연 환히 열리는 전망에 감격을 맛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모든 중간 단계는 마지막에 가서야 그 본래적 의미를 부여받을 따름이다. 화석으로 굳어져 달리 볼 수 없던 게 사실은 인생을 살며 겪은 단순한 통과과정이었음이 밝혀지는 것이랄까.
장차 갈수록 서로 긴밀히 연결되고 서로 의존해야만 하는 사회가 되는 세상에서 고갱과 같이 과감하게 탈주를 시도하는 사람은 갈수록 찾아보기 어려워지리라.
잔고-자아, 사회가 계산한 결산 결과는 이제 아무 반론 없이 감수하고 내면에 새기며, 심지어 결국 스스로 요구하는 게 되었다. 인간은 사회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 하는 바로 그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해낸 일을 헤아려 무게가 재어진 늙어가는 인간은 심판을 받았다. (...) 과감하게 단절을 시도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일은 그의 지평선에서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젊음을 유지하는 한, 이기지도 패하지도 않는다. 사회가 젊은 우리와 믿음과 희망을 함께 나누며, 그 어떤 이웃도 귀가 어두운 멍청한 바보로 여겨지고 싶지 않다. 늙어가며 우리에게 나누어준 반론 목록이 이미 갖추어졌을 때야 비로소, 사회는 새롭게 주어야 할 답이 이미 어떤 것인지 확고한 틀을 세우고, 목록 잔고에 따라 자동적으로 계산한 결산을 들이민다.
나이, 곧 사회적 연령은 기억에 저장된 시간 층이나, 압박과 고통으로 손상된 몸을 세계의 상실로 경험한 바로 그 기억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위력을 발휘한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존재는 가진 게 얼마나 되느냐는 소유의 문제를 밝힘으로써 비로소 주어질 뿐이다. 어떤 사람이 누구이며,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그가 무얼 가졌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일반의 질서는 인간에게 가지라고 요구한다. 가진 게 없다면, 사회적 나이 먹음이라는 과정은 주어지지 않는다. 소유의 사회는 개인의 자율성을 무력하게 만든다. 소유해야만 한다는 요구의 압력 아래, 개인은 타인의 시선 앞에서 자신의 뜻을 펼쳐나가는, 자기만의 전망을 추구하는 인격체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유가 가지는 강요의 힘은 무서울 정도로 크다. 어떤 개인의 소유 혹은 시장 가치는 그만큼 이 개인을 더 순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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