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미셸 푸코가 1974년 10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대학 사회의료연구소의 생명의료센터에서 했던 사회의료에 관한 세 개의 강의 중 첫번째 강의의 영역본“( Crisis of Medicine or Anti-Medicine?”, tr., Edgar C. Knowlton, Jr. and William J. King and Clare O’Farrell)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강의는“Crises de un modelo en la medicina?”라는 제목 의 포르투갈어로 처음 번역되어 Revista centroamericana de Ciencas de la Salud, No 3, January-April 1976, pp.`197~209에 실려 출판되었다. 스페인어로는“La Crisis de la medicina o la crisis de la antimedicina”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Educacion Medica y Salud, Vol. 10, No 2, 1976, pp.`152~70에 실렸다. 불역본『말과 글Dits et écrits』(tr., Dominique Reynié, Paris: Callimard, vol III, pp.`40~58)은 포르투갈어를 재번역한 것이다. 영역본은 스페인어 번역본을 옮 긴 것으로, 불역본과는 뉘앙스와 단락 구분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때로 불역본에 없는 표현 이나 소제목이 달려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편, 본문 중의 꺾쇠([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 해 역자가 추가한 것이다.
<의료의 네메시스: 건강의 박탈>이라는 이반 일리히의 책.. 이 책은 제도화된 의료 제식 및 의료 권력의 현실적 기능이라는 문제에 관한 세계의 공적 여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좀더 이전 시기인 1940년에서 1945년 사이의 기간, 더 정확히 말해 저 유명한 '비버리지 플랜'이 구상된 1942년에서 시작해볼까 합니다. .. 건강권이 원칙으로 채택. 사회는 단지 구성원들의 생명만이 아니라 건강한 생명까지도 보장한다는 명시적인 과제를 떠맡았던 것입니다.
1. 비버리지 플랜은 국가가 건강을 떠맡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20세기 중반까지는 본질적으로 국민의 체력과 노동력 및 생산 능력, 군사력을 보존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비버리지 플랜이 나오면서 건강은 국가의 편익이 아니라 개인의 편익을 도모하는 국가의 관심 대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건강한 개인을 위해 봉사하는 국가라는 개념으로 대체된 것.
2. 개인과 그 가족의 건강을 보장. 청결 및 위생 개념.
3. 보건은 거시경제의 장으로 진입했습니다. 건강, 각종 질병들, 건강에 필요한 것들을 보장하라는 요구 등을 통해 일정한 경제적 재분배가 이루어졌습니다. 건강과 병과 신체는 사회적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개인적 사회화의 수단들로 전환되었습니다.
4. 건강은 진지한 정치 투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비버리지 플랜을 상징적 준거점으로 채택하면, 우리는 1940년에서 1950년까지 10년에 걸쳐 신체에 대해 이루어진 일련의 새로운 권리들, 새로운 도덕, 새로운 경제, 새로운 정치의 형성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신체에 대한 이 새로운 권리들의 체계, 이 새로운 도덕, 이 새로운 정치, 이 새로운 경제의 탄생을 표시해주는 핵심 시기로 채택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의견입니다. 현재의 상황은 18세기 이래 신정이 아니라 '신체정somatocracy'을 사실상 발전시켜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신체에 대한 배려, 신체적 건강, 질병과 건강의 관계 등이야말로 국가가 개입하기에 적합한 분야가로 간주하는 그런 정체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질병과의 투쟁에서 근본적인 진전을 가리키는 기술 진보와 다른 한편으로 의료의 새로운 경제적, 정치적 기능화라는 두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 이순간부터 위기는 명백해졌습니다.
사실 우리는 , 의료가 과거에는 환자와 의사 간에 일어나는 개인적이거나 계약적인 유형의 활동이었으며 최근에 와서야 사회적 과제로 채택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반대로 나는 의료가 18세기부터 하나의 사회적 활동이었음을 입증하려 합니다.
의료는 항상 하나의 사회적 실천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나는 "의료인가 반의료인가, 우리는 의료를 보존해야 하는가 아닌가?"라는, 일리히와 그의 제자들이 사용한 의미로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렇게 제기할 수 있습니다. (1) 그 발전 모델은 무엇이었나? (2) 그 발전 모델은 어느 정도까지 교정될 수 있는가? (3) 유럽 및 미국식의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발전 모델을 경험하지 못한 사회나 주민들은 오늘날 그 모델을 어느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을까? 요약하자면 그 발전모델은 무엇인가? 이 모델은 교정될 수 있고 다른 지역에 적용될 수 있는가?
1_ 의료의 과학성과 효력
의료가 지니고 있는 능력들 중 하나가 죽이는 것. 의료가 하나의 과학이여서 의료가 위험할 수 있다는 점
좀더 일반적으로 말해 우리는 약물 투여라는 바로 그 효과, 즉 적극적이고 치료적인 효과로 인해 개인적 차원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차원에서도 생태계의 교란, 심지어는 파괴가 일어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방어 수단도 마련 못할 정도로 인간 신체를 치명적으로 공격하는 병원체들을 개발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적 위험, 다시 말해 의료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 간의 뒤엉킨 연관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의료가 장악하고 있는 기술로 인한 세포 유전 구조의 변형 가능성은 개인이나 그 자손들에게만이 아니라 전 인류에게 영향을 줍니다. '생명 역사biohistory' = 기술적인 불안에 대한 사람들의 자각
2_무제한적인 의료화
좀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건강은 의학적 치료의 대상으로 변형되어왔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의료는 질병과는 다른 영역, 즉 병자의 요구들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영역에 헌신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의 바깥 분야들에 있어서, 사람들은 의료에 의해 통제되거나 성문화되지 않았던 신체적 실천, 즉 위생, 성적 도덕 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프랑스 혁명은 위생, 다이어트, 성에 대한 통제 등 인간 신체에 대한 관리가 집단적이면서도 자발적인 의식과 부합하는, 일종의 행복한 정치적 질서를 상상했던 것입니다.
위생, 다이어트, 생활양식, 일, 주거 조건 등으로 구성된 탈의료화된 건강술을 제안합니다.
정신의학 분야에서 채택된 또 다른 예를 인용해보겠습니다. 19세기 말의 정신분석학은 그 당시의 주요한 흐름인 정신의학적 징후학에 의해 질병으로 분류됐던 다양한 현상들을 탈의료화할 것을 목표하고 있었습니다. 이 반정신의학은 프로이트가 정신의학자들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했던 히스테리와 신경증에 대한 정신분석학만이 아니라, 현재 정신분석적 활동의 대상을 형성하고 있는 일상적 행위에 대한 정신분석학입니다. 정신분석학은 여전히 일종의 의료적 전망과 지식에 기반한 활동과 담론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의료화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이 목표를 향한 모든 노력은 의료적 지식으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병리학은 사회적 통제의 일반적인 형식이 되었습니다.
3_ 의료의 정치경제학
의료의 또다른 성격. 의료와 건강이 하나의 경제적 문제로 나타난 것은 18세기 초 이후부터이기 때문에 의료의 정치경제학도 최근의 현상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는 18세기 말 경제적 조건들에 대한 대응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우리는 18세기 프랑스에서 연구되었으며 국가적 데이터의 수집에까지 이르게 만든 최초의 대대적인 전염병이 그냥 전염병이 아니라 가축 전염병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프랑스 남부의 가축 떼의 몰살이라는 대이변이야말로 왕립의학회의 탄생의 기원이 되었던 것입니다. 프랑스 의학회가 전염병이 아니라 가축 전염병에서 탄생했다는 것은 경제적 문제들이 이 의료 기구의 창설을 유발한 동기였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뒤 센 드 블로뉴와 샤르코 등이 확립 시킨 위대한 신경학은 1860년 무렵 발생했던 철도 사고와 산재 사고에서 나온 결과이며, 보험, 노동 무능력, 고용주 및 운송업자의 시민적 책임 등의 문제가 제기된 것과 같은 시기였습니다. 경제적 문제는 의료 역사에서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의료에 이미 기대되었던 것은 노동할 수 있는, 말하자면 노동력의 항상성과 개선과 재생을 보장할 수 있는 건강한 개인들을 사회에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의료는 근대 사회의 본질적 기능인 노동력을 유지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도구로 요청되었습니다.
따라서 인간 신체는 두 번, 다시 말해 첫째 노동력을 파는 사람들에 의해, 둘째 건강이라는 매개에 의해 시장에 진입합니다.
의사들이 당면한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이런 질문을 해봅시다. 의료에 대한 사회적 재정, 건강으로부터 나온 혜택에서 누가 이익을 보는가? 건강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집단은 대부분 제약 회사들입니다. 의료는 순수 과학은 아니지만, 경제 체계의 일부이며 권력 체계의 일부입니다. 의료 모델이 어느 정도로 교정되고 적용될수 있을지를 알아보려면, 의료와 경제와 권력과 사회가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를 규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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