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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_김범(2007)

by jemandniemand 2022. 1. 6.

 

거기엔 모든 잊혀진 것들이 있었다. 개중엔 그런 게 거기에 있다는 것이 놀라운 아주 생소한 것도 많이 있었다. 또한 놀라우리만큼 그런 생소한 것이 아주 아주 많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것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그것을 또다시 보게 되다니, 이것이 악몽이라는 표시와 같았다. 그것들은 나의 삶에 있어서 똑바로 걸을 수 없게 하였던 것들이었다. 지금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으며, 지금 생각해도 그것들과 함께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마치 고대로부터 항상 어디에나 있어온 악마들처럼, 무언가를 그르치도록 되어있는 것들이 그곳에 다른 모든 것들과 함께 그 햇살 아래 선명히 있었다. 또한 내가 그르친 것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을 머리에 담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기에 그것이 내 것이 아니라고 부정한 것들이었다. 그들은 당초 피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마주친 것들이거나, 알고 있었지만 피할 수 없었던 것, 또는 피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저버린 것이며 그들이 나를 저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피해자 앞의 가해자로서 마주 서지만, 불의, 나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내가 혐오하는 바로 그런 자들의 표정과 말투로 내가 알고 그들이 아는 것을 부인하였다. 그래서 나를 혐오하기에 한계가 있는 자신으로서 나의 삶으로부터 유배시킨 것들이 거기에 섞여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잊지 않고 싶었지만 잊었던 것들도 있었다. 왜 나의 삶은 그토록 복잡하며 긴 것일까. 나는 왜 그것만으로 살지 못했을까 싶은 것들이, 나의 삶이 복잡하고 실었기에 많았다. 항상 꼭 그 곁에 있어야 할, 나는 당연히 그것과 마주 보고 있어야 할 그런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나의 보류에 무심한 망각에 그들이 여기에 밀려와 모여 있었다. 그것들은 보게 되는 즉시 마치 항상 기억 속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했다. 

 

그곳의 한 모퉁이에 놓여진 어디선가 보았던 작은 바위에 걸터앉는다. 그리고 거기에 그들이 사라지지 않고 더 이상 낡지도 않는 것으로서 내가 수도 없이 보아온, 또는 내가 본 것이 아닌 조용한 햇살 아래 펼쳐져 있는 것을 바라본다. 혹은, 눈도 없고 생각도 없는 사물들까지조차 그들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