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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피셔_이여로 역_뱀파이어 성에서 탈출하기

by jemandniemand 2020. 2. 26.

 

뉴스나잇(Newsnight)에서의 브랜드와 제러미 팩스맨(Jeremy Paxman)의 인터뷰

 

노동계급 출신인 자가 지성과 근거를 사용해 계급적으로 '윗사람'인 자를 그토록 완벽하게 부숴버린 자리가 언제 또 있었는지 모르겠다. 

유머의 사용은 '좌파주의'의 엄숙함과 브랜드를 구분해준 것이었다. 

 

나에게 분명해진 것 중 하나는 스스로를 '좌파'로 꾸미는 사람들 대다수가 계급에 대한 물음을 억압하는 어떤 방식이었다. 

아카데미와 문화 산업을 장악한 소부르주아들은 논의 주제가 떠오르기도 전에 그것을 사들여 막아버릴 수 있는 선취권과 미묘한 편향을 가지고 있고, 만약 논의가 발생하면 그걸 논하는 것이 끔찍하게 부적절하고 예의를 파괴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노동계급은 자신들의 진정성(authenticity)을 잃지 않아야 하니, 계속 가난하고 불분명하고 무력한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좌파주의자들의 생각을 일러주는 것이기도 했다.

 

‘연대(solidarity)’와 ‘집단(collectivity)’에 관해 입바른 말이나 하면서, 권력이 강제한 개인주의적 범주들이 정말 유효한 것처럼 군다

 

죄책감은 많을수록 좋다. 사람들은 분명 기분이 나쁠 것이다. 이는 사물의 중력을 이해하고 있다는 표지(sign)이다. 당신이 특권에 죄책감을 느끼고 당신 아래 계급의 사람들도 당신과 함께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면, 계급 특권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다. 너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구나, 그렇지?

 

무정부주의자로 분류되지만 정치적 개입은 트위터에서 논평을 하거나 학생 운동에 그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뱀파이어 성의 주민들처럼, 신-무정부주의자들도 계급적 특권층 출신은 아니더라도, 대개 소부르주아 출신이다.

신-무정부주의가 지닌 문제는 그것이 탈출구를 제시하기보다 아무런 반성(think) 없이 지금의 역사적 순간을 반영하기만 한다는 것

 

그토록 많은 신-무정부주의자들이 우울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들의 우울이 대학원 생활이 주는 불안감에 따라 심해진다는 것은 분명한데, 뱀파이어 성이 그렇듯 신-무정부주의자들도 대학가에 본거지를 두고 있고, 석·박 학위를 따려는 연구자들이나 근래에 학위를 마친 사람들에 의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정체성 따위는 없으며 다만 욕망, 이익, 신분(identification)만이 존재함을 인식해야 한다.사람들을 이미 존재하는 어떤 동등함(equivalence)의 사슬로 묶는 대신, 요지는 어떤 연결(articulation)도 잠정적이고 변형 가능한(plastic) 것으로 취급하는 일이다. 새로운 연결은 언제나 새로이 창조될 수 있다. 무엇도 본질적인 무엇이 아니다

 

우리는 배제(exclustion)와 제명(excommunication)의 두려움 없이 기꺼이 불화(disagreement)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때가 됐고, 이 운동은 이미 일어나고 있고, 어디서든 발생하고 있어요. 우리는 소통(communication)이 동시적이고 공동체(community)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시대에 살아요. 점거 운동(occupy movement)은 1% 대 99%라는 생각을 대중의 사전에 실어놓았어요. 이 세대에서, 처음으로 사람들이 막대한 기업적 착취를 깨닫게 되었어요. 이건 헛소리(nonsense)가 아니에요. 그런데 이런 주제들은 다뤄지질 않고 있어요. 누구도 조세 피난처 문제를 다루지 않고, 누구도 재계와 보수당의 공모를 다루지 않아요. 그러니 사람들이 정말 실제적인 문제들을 다루지 않고 있다면, 내가 우스워 보이지 않겠어요? 그럼 나는 또 왜 그걸 진지하게 다루겠어요? 투표에 완전히 무관심한 젊은 사람들에게 왜 투표를 장려하겠어요? 우리가 그래야 돼요? 지루하지도 않아요? 특히 당신은 누구보다도 지루하지 않나요? 매년 그들의 거짓말과 헛소리를 들으면서, 그들과 이야기해오지 않았나요? 상황은 이래요. 누가 당선돼요, 다른 누가 또 당선돼요, 그런데 문제는 계속됩니다. 이런 허울뿐인 짓에 왜 계속 참여하겠어요?

 

 

출처: 문화웹진 크리틱-칼 (http://www.critic-al.org/?p=5525)